민족학교'언어 차별'1세-2세 직원 내분 파장…한인 비영리단체들 '시한폭탄'
긴급점검

타인종 직원 문제까지 곳곳에 갈등 내재,
커뮤니티 팽창, 세대교체 맞춰 대책 시급

지난 5일 남가주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비영리 봉사단체인 민족학교(이사장 이혜영)의 1세대 여성 실무진들이 "2세 관리직에 의한 차별"로 거리 시위에 나섰다는 소식<본보 11월5일자 1면 기사>은 대다수 한인 비영리재단들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남가주에는 수 많은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한인사회의 구성원들을 돕는 역할을 하면서, 한인사회에 필요한 단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체들이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인사회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한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 조)의 한 관계자는 "민족학교의 세대갈등으로 인한 시위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남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우리 구성원 가운데는 90% 정도가 한인이지만, 중국 및 필리핀계 직원들도 있어 전체회의나 행사의 공식 언어는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들간 일상적인 대화는 자신들의 편한 언어로 구사하고 있고, 업무 진행에 있어서도 서류 작성이라든지 회의때 중간자 역할을 하는 이중언어 어시스턴트가 있어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민족학교 사태를 보면서 이사회에 정식으로 보고해 체계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청소년회관(관장 송정호), KYCC의 스티브 강 대외협력 디렉터는 "KYCC에서는 한인 직원들이 30%정도로 제일 많지만, 타인종 구성원들이 7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모든 공식적인 언어들은 영어를 구사할 수 밖에 없다"고 전하고 "하지만, 부서별로 매니저 또는 디렉터들이 통역이나 번역 등 서포트를 하고 있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HR부서가 따로 있어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하기때문에 임금이나 업무 상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A한인사회를 대변하는 LA한인회(회장 로라 전)의 제프 리 사무국장은 "10여 년 동안 한인회 사무국에서 근무하면서 한인회 업무를 집행한다던지 이사회를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 언어로 인해 지장을 받은 적은 없었다"며 "특히, 영어권 서류를 작성해야 되는 일이 생길경우 사무국에는 'grant writer'역할을 하는 파트 타임 직원을 고용해 해결해왔고, 이사회도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이사들이 많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민족학교 사태를 바라보면서, LA한인회가 세대간 갈등의 요소를 좀 더 해결하는데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한인사회의 경제단체의 맏형격인 LA한인상공회의소의 박성수 회장은 "현재까지는 이사회나 회장단 회의 등에서 공식 언어는 한국어로 진행되고 있지만, 큰 불편함이 없었다"며 "향후 10년~20년 사이에는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지만, 차세대 회원들의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인 단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