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인데 엉뚱한 약 복용 방치…4기 돼서야 병원 방문"

뉴스포커스

잘못된 의료 지식 홍수, 의사보다 더 신뢰
"OO 먹고 암 고쳤다" 등 미확인 정보 현혹

병원비 등에 부담'무보험자'일수록 더해
빠른 완치 기회 놓쳐 낭패 보는일 없어야

#최근 목이 부어 오르고 간지러움을 느낀 정필문(35)씨는 증상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후 '편도염'이라는 자가 진단을 내렸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한 지 2주째, 정씨는 밥을 삼키는 것은 물론 숨 쉬는 것도 힘들 정도의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하루는 자다가 호흡 곤란이 와서 잠에서 깬 그는 "덜컥 겁이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꼭두 새벽에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의사는 "바이러스에 감염 되어 목 전체가 부은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사 한대를 맞은 뒤 정씨의 목은 씻은듯이 가라앉았다.

#세리토스에 사는 김모(60씨는 얼마전부터 손가락 관절의 일종인'방아쇠 수지'로 고통을 겪었다. 병원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수술을 하려고 했더니 수술비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는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다가 한 미국인 환자가 3개월간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는) 비타민류의 건강식품을 복용했더니 감쪽같이 낫다는 유튜브를 접하게 됐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온라인으로 구입한 그는 미국인 환자를 그대로 따라 거의 4개월간 복용했다. 그런데 관절염은 차도가 없고 전에 없던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하루에 서너번씩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을 찾아 전문의를 만나 상담했더니 확실친 않지만 과다 복용에 의한 부작용인 듯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김씨는 돈은 돈대로 쓰고 하마터면 더 큰 병을 만들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온갖 의료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잘못된 의료 정보의 홍수로 인한 부작용이 되레 개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인터넷 의료 지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의존하는 바람에 조기 진단에 실패, 병을 더욱 키우고 나서야 내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우려된다.

아픈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기보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의학 정보를 참고하여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자가 치료를 하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 보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최근들어서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OO를 먹고 암을 고쳤다" "OO병엔 이게 특효다" "약 안쓰고 애 키울 수 있다" 등 각종 확인되지 않은 의료 정보가 범람하면서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을 찾아본 뒤 자신의 증세에 대한 질병명을 먼저 진단하고서 의사를 찾아 자신이 진단한 질병에 대해 치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LA 이영직 내과의이영직 원장은 "한 여성 환자가 유방에 혹이 생겼는데 자가 진단을 하여 엉뚱한 약을 복용하고 방치해 두었다가 유방암 4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혹을 발견했다면 암이 의심되니 조직검사를 하고 수술 후 바로 완치가 가능했을 터인데, 잘못된 자가 진단이 병을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웃케어클리닉의 최수정 너스프랙티셔너는 "아파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암 증상 중 하나로 오해해 암에 걸린 줄 알고 걱정하다가 내원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암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걱정하고 불안해 하기 보다는 아프면 즉각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올바른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자가진단에 따른 치료는 매우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대다수는 건강 보험이 없는 케이스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대한 심리적인 두려움도 있지만 건강 보험료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웃케어 관계자는 "의외로 20~30대 등 젊은 층 중에서 건강하다는 이유로 병원에 잘 가지 않고 인터넷을 보고 스스로 자가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어떠한 증상이나 질병이 생길 때는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인터넷 의료 지식을 너무 과신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손쉽다고 인터넷으로 의학 정보를 습득하고 그대로 치료를 했다가는 빠른 완치의 기회를 놓치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키워 치료가 힘들어지거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의는 "특히 자연치유법을 너무 믿으면 안된다"며 "질병에는 그에 합당한 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