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피아노를 색깔별로 사고 싶어요"
금요화제

사상 최초 자폐증 참가·첫 시각장애 결승 진출
매회 기립 박수, 최고의 찬사…역대 최고 감동

"그에게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
음악에 대한 강한 열정을 막을 장애는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데다 자폐증까지 앓고 있는 한인 3세 코디 리(22)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아메리카 갓 탤런트(AGT)'시즌 14 우승을 확정지었다.

코디 리는 이날 라스베가스에서 생방송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된 미국 NBC 방송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최종회에서 5명의 결선 진출자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어머니의 도움으로 첫 등장했던 그가 마지막곡으로 선택한 곡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프레야 라이딩스의 '로스트 위드아웃 유(Lost Without You)'였다. 어머니를 위한 곡이었다.

약 3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은 '코디'를 외치는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뒤덮였다.

심사위원들도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가브리엘 유니언은 "그의 노래는 사람들이 가능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마법 같다"며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도 "그는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다. 완벽한 스타다. 여러분들이 기억하게 될 참가자 중 한 명일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첫 무대부터 관중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수준급 피아노에 혼신을 다한 듯 진한 울림을 주는 노래 실력에 무대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내고 심사위원들도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곡이 끝나면 감격에 벅차 눈물을 흠치기 일쑤였다. 70. 80년대를 풍미했던 사이먼&가펑클의 폴 사이먼은 자신의 히트곡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편곡해 코디 리가 본선서 쓰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코디 리는 아메리칸 갓 탤런트에 출연한 첫 번째 자폐증 참가자이자 결승에 진출한 최초의 시각장애인 참가자이다. 그러나 그의 무대에서 장애는 보이지도 않고 걸림돌도 아니었다. 대중들은 코디 리가 역대 아메리카 갓 탈렌트 경연서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코디 리는 한인 아버지 에릭 태현 리(이)와 미국인 어머니 티나 레니 리씨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시각장애를 지녔고 4세에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장애도 코디의 음악에 대한 강한 애정과 열정 앞에서는 아무런 장해물이 되지 못했다. 어려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는 아들을 보며 '타고난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을 했다는 어머니 티나씨는 아들이 시각 장애로 인해 청각과 촉각에 민감하고, 어떤 곡이든 한번 들으면 그대로 연주해내는 능력이 있어 늘 음악과 함께 했다고 말했다.

미주 한인 사회와도 인연이 깊다. 일곱 살이던 2004년 9월 코디 리는 밀알선교단과 한미특수교육센터가 마련한 콘서트에 이지선 자매, 하덕규 목사와 함께 참가해 '조이 투 더 월드'등의 연주와 찬양을 했다. 또, 아홉 살 때는 한국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해 모아진 성금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선물받으며 천재 피아니스트로 알려졌다.

어머니인 티나 리씨는 "코디에게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기에 우리 가족에게 이번 우승은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코디 리는 이날 상금으로 받은 100만달러를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랜드 피아노를 색깔별로 사고 싶다"는 소박한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