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제이미 그루벨 포저(35)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기다리는 마음이 남다르다.

현재 고등학생인 동생 엘리자베스가 한국에서 입양됐기 때문이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17일 설레는 마음으로 평창행을 기다리는 그루벨 포저와 동생 엘리자베스의 인생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그루벨 포저는 지난해 3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8차 겸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치르러 강원도 평창에 왔을 때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미국에 있는 엘리자베스한테 보냈다.

엘리자베스는 사진 속 자신의 모국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루벨 포저의 가족은 인천 태생인 엘리자베스가 생후 5개월일 때 그를 입양했다.

10대 후반이던 그루벨 포저는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입양을 돕는 한국인 노부부는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해 그루벨 포저 가족한테 아기를 맡겼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미국에서 밝게 잘 자랐다.

썰매선수가 된 그루벨 포저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그루벨 포저는 엘리자베스의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엘리자베스 친구들은 "언니가 아니라 엄마 같다"고 장난을 쳤다고 한다.

그루벨 포저는 "'우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네요! 놀라워요.' 같은 반응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언니라고요? 근데 나이가 많네요.' 식의 반응이었다"며 재미있어했다.

엘리자베스는 언니를 응원하기 위해 다음 달 입양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겠지만, 고향인 인천에서 시간을 보낼지는 미정이다. 현재로썬 굳이 인천을 찾기보다는 피겨 스케이팅 같은 올림픽 경기를 직접 관람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그루벨 포저는 엘리자베스를 떠올리며 "한국에서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게 나한테는 운명 같다"며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썰매를 조종하는 역할인 '파일럿'인 그루벨 포저는 지난 시즌을 세계랭킹 1위로 마치고 올 시즌 현재 4위에 올라 있는 실력자다.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그루벨 포저와 엘리자베스를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