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악몽의 9회다. 끝까지 리드를 지켜서 승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9회에 올릴 투수가 마땅치 않다. 극약처방으로 집단 마무리체제를 선택했으나 여전히 불안하다. 세인트루이스 불펜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진에 빠진 오승환(35)의 미래도 자욱한 안개 속에 휩싸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부터 불펜진 필승공식에 변화를 줬다. 지난 6월 28일 애리조나전에서 오승환이 시즌 세 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한 다음 경기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상황에 맞춰 불펜진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트레버 로즌솔과 신예 매튜 바우먼, 지난겨울 불펜진 강화를 위해 영입한 좌완 브렛 시슬 등이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오승환은 집단 마무리체제 가동 후에도 두 차례 세이브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펜 운용이 묘수보다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마치 돌려막기를 하듯 불펜투수들이 규칙 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15일 피츠버그전에선 오승환이 9회말 2-2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았다. 지난 17일에는 9회말 시슬이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지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18일 메츠전에서도 악몽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9회말 6-3 리드에서 세인트루이스는 전날 블론 세이브를 범한 시슬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시슬은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1사 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로 몰렸다. 매시니 감독은 급히 오승환에게 불펜피칭을 지시했고 오승환이 서둘러 불펜에서 공을 던지며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이후 시슬이 홈런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상대로 더블플레이를 유도해 간신히 승리를 지켰지만 과정은 불안하기만했다. 시슬은 스리볼 상황에서 볼넷이 될 수 있는 바깥쪽 직구를 던졌는데 세스페데스가 이 공에 배트를 내밀었다가 힘없는 내야땅볼을 친 덕분에 가까스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기록을 돌아봐도 세인트루이스 집단 마무리체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슬과 로즌솔은 모두 9회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시슬은 개인 통산 9회 피안타율 0.256에 방어율 3.64를 기록하고 있는데 8회에는 피안타율 0.219, 방어율 2.35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로즌솔은 지난해 9회 피안타율 0.288, 방어율 5.46에 그치며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내려왔고 올시즌에도 6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두 차례나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지난 시즌 오승환처럼 마무리투수보다 든든한 셋업맨이 있다면 해답이 나왔겠지만 올해에는 9회에 등판한 투수가 그저 막아주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인트루이스 지역언론도 세인트루이스 불펜진을 향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지난 18일 “올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선 그 누구도 마무리투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오승환은 고전했고 로즌솔은 2년 내내 기복이 심하다. 시슬이 6월 들어 비자책으로 활약했지만 마무리투수는 아니다. 매시니 감독은 2017시즌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찾아야 한다. 프런트 또한 트레이드 마감일에 앞서 불펜 보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최근 타선이 살아나며 19일 현재 시즌 전적 46승 47패로 5할 승률 회복에 1승 만을 남겨뒀다. 지구 1위 밀워키와 7.5경기, 와일드카드 1위 애리조나와도 7.5경기 차다. 이래저래 애매한 위치에 있다.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하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런데 시즌 종료까지 70경기가 넘게 남은 시점에서 포스트시즌을 마냥 포기하기도 어렵다. 결국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선 웨이버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오승환이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는 게 나은 해답일지도 모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히 나돌던 ‘오승환 트레이드설’이 쑥 들어간 이유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가 올해 계약이 끝나는 오승환과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남아있는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오승환과 세인트루이스 모두의 운명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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