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지지율 빠지고 洪 상승세 타면서 보수 부동층 늘어
'숨은 보수' 아직 많은듯…"선거운동 막판 부동층 향배가 좌우"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5·9 대통령선거를 2주일 앞두고 민심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안보 변수'가 불거지면서 견고했던 '정권교체 프레임'이 다소 이완되는 기류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빠지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보수층을 중심으로 부동층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중앙일보가 25일 발표한 여론조사(23∼24일 성인남녀 2천명 대상 실시,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 문 후보는 39.8%, 안 후보는 29.4%, 홍 후보는 11.7%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지난 15∼16일 조사와 비교해 문 후보는 1.3%포인트 올랐고, 안 후보는 7.9%포인트 내렸다. 홍 후보는 4.3%포인트 상승했다.

문 후보가 40% 가까운 지지율로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한때 양자 대결 구도로 어깨를 견주던 안 후보가 30% 안팎으로 하락하고 홍 후보가 10%대로 진입한 셈이다.

조사 업체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문·안 후보 지지율 격차가 커지면서 홍 후보가 3자 대결 구도로의 전환을 넘보는 추세가 일관된 현상이다.

이 같은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지점은 연령으로는 40대 이상, 지역으로는 영남권, 이념 성향으로는 보수층이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60대 이상(47.5%→37.3%), 50대(49.8%→40.1%), 40대(32.6%→25.4%) 순으로 낙폭이 컸다. 홍 후보 지지율은 60대 이상(16.1%→26.1%)과 50대(8.1%→13.9%) 순으로 많이 올랐다.

대구·경북(TK)에서 46.5%이던 안 후보 지지율이 31.0%로 급락한 가운데 홍 후보(15.1%→22.3%)와 문 후보(17.7%→24.5%)가 상승했다. 홍 후보는 부산·경남(PK) 지지율도 14.9%에서 22.2%로 많이 올랐다.

보수층 응답자의 안 후보 지지율은 45.7%에서 33.6%로 내린 반면, 홍 후보 지지율은 20.7%에서 30.9%로 올랐다.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은 문 후보에 맞설 상대로 안 후보를 주목하던 고령층·영남권·보수층이 선거가 가까워지고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홍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안 후보 지지율 하락분을 홍 후보와 유 후보 등 범보수 진영이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안 후보가 확보했던 보수층과 중도층 일부가 이탈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층에 흘러들어 머무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21∼22일 1천30명, 95%±3.1%포인트)에서 부동층은 21.3%로 집계됐다. 2주 전 조사에 나타난 부동층(14.5%)보다 늘었다.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도 30.8%에서 34.0%로 높아졌다.

또 중앙일보 조사에서 40대의 안 후보 지지율이 약 1주일 만에 7.2%포인트 하락했지만, 이 연령대의 문·홍 후보 지지율은 각각 0.4%포인트와 1.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국, 40대에서 부동층이 늘었으며, 영남권과 보수층에서도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앞으로 2주일 안에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안 후보에 가 있던 보수표가 일부는 홍 후보에게, 일부는 부동층에 갔다. 부동층의 표심이 관건"이라며 "내달 초 연휴 기간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집중도가 다소 느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지지 후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보수층 유권자의 특징도 변수일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다는 응답률은 30%대로 실제 득표율(51.6%)에 못 미쳤다.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