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큰손 사기꾼 재미교포 구속

[이슈진단]

브라질 국채 투자 권유 1억6천만 달러 뜯어내
한국정부·지방자치제 MOU 남발 관행에 경종

 LA를 비롯한 미주 한인 사회를 방문해 '해외 투자 유치 성공'이란 치적 홍보를 하는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경종을 울리는 사기 사건이 한국서 발생해, 투자 유치 양해각서(MOU)를 남발하는 관행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등은 투자가 무산·철회돼도 법적 책임이 없지만, 이를 사기극에 악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국책사업인 새만금지구개발에 약 5조원대의 투자협약(MOU)을 성사시킨 이른바 '큰손'이라고 속여 한국 내 벤처기업가 등 중소기업에서 거액을 가로챈 재미교포 A(56)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서울서부지검이 22일 밝혔다.

 사기극 주인공인 A씨는 2009년 정부와 전북도가 뉴욕에서 옴리가드사 등으로부터 약 5조 원의 투자를 유치한 새만금지구개발 MOU 체결에 관련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MOU는 2년 뒤인 2011년 미국 회사들의 '투자 철회'로 무산됐다. 당시 전북 시민단체들에게서 정부와 전북도가 정치쇼에 놀아났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A씨는 벤처기업가 B(50대)씨에게 2014년 접근해 1억 달러(약 1147억원)를 투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B씨에게 "1억 달러 가운데 우선 5000만 달러(약 573억원)를 먼저 빌려주겠다"며 HSBC은행발 예금보관증서 등을 보여주며 금융기관 수수료 등으로 3만 달러를 송금하라고 했다. B씨는 송금 뒤 수상해 HSBC은행에 확인해보니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의 사기 행각은 또 있었다. 사업가 C(50대)씨에게도 2015년 10월 접근해 브라질 국채 투자를 권유하며 돈을 뜯어냈다. A씨는 역시 2009년 새만금 투자협약을 끌어낸 경험을 자랑하고서 "브라질 정부가 발행한 70년 만기(2038년 지급) 12억 헤알짜리 국채를 양도받아 오면 1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C씨에게 투자를 권했다. C씨는 언론보도와 이춘희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새만금개발청의 전신)과 김완주 전북도지사 등과 함께 찍은 사진, MOU 관련 문서 등을 보고 그를 믿었다. C씨는 13만9000여 달러(약 1억 6000만원)를 송금해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은 "정부와 지방정부 등이 실체가 확실하지 않은 미국 투자회사나 거간꾼에 놀아나는 탓에 시민이 피해를 본다"며 '무책임한 MOU 남발'에 날선 비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