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미주 한인사회도 충격 '공황 상태' 
  너도나도 '수치심→분노→탄식→허망' 한 목소리 
  일부선 "구린 진실 탄로난 후 사과…하야해야"격앙
  "국가 마비 사태 우려, 즉각 탈당하고 정치 손떼야"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국가 정책이나 외교·안보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사실임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대한민국은 '최순실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밖에 없는 민간인 최씨가 국가 최고 권부의 국정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국기문란의 현실을 지켜보는 국민들과 미주 한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악과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최순실 의혹에 대해 시인한 박 대통령의 해명성 사과를 접한 대부분의 미주 한인들은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 "허망함을 느낀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무슨 나라가 이러냐"

 미국인 직원이 대부분인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박모(여·39)씨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물어오는 한 미국인 동료의 질문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일반 아줌마 한 명이 국가를 좌지우지한다는 게 어처구니없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마켓을 운영하는 정모(남·68)씨는 "나라사랑 자부심 하나로 타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어떻게 지켜낸 나라인데 그 근간을 이렇게 흔드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수치스러움에 더해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요구하는 한인들의 격앙된 비판도 나왔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윤모(남·44)씨는 "전날에는 개헌을 제안하며 최순실 논란을 덮으려고 애쓰더니만 구리고 구린 진실이 제대로 탄로나서야 고개를 숙인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더이상 나라의 지도자를 믿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이모(여·51)씨도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의 박 대통령 모습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국가 마비 사태가 올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은 이 시간 이후로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한다"고 격분했다.

 ▶ "한국 정치에 염증 느낀다"

 그 동안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한인들 중엔 자소섞인 반응을 보이거나 한국 정치에 대한 염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학원생 박모(남·29)씨는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소통이 없어 답답했다"며 "결국에 어제와 오늘 그 끝을 본 것 같아 등 돌리는 지지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LA 한인사회 인사들은 이번 사태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투명하고 엄중한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로라 전 LA한인회장은 "이런 일이 발생할 수록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권 말년에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임태랑 평통LA 회장은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잘 해왔는데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며 "덮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조속한 후속 수사와 책임자 처벌로 털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LA 보수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국가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한 보수 단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실을 고하고 사과를 한만큼, 최순실씨를 향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보다 잘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망감이 없을 수 없겠지만 긍정적인 방향도 바라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